아내는 밥을 짓고 나는 개밥을 끓인다. 화덕에서 피어 오른 희멀건 연기가 막 일어서는 땅거미를 마중할 때까지 , 보글보글 개밥에 침 넘어가는데도 사람 먹일 밥은 소식이 없다. 이유야 없을까. 진작 얻은 명태가 심산유곡을 알아보는지 갓 잡은 놈처럼 생생하고 군내도 없다. 명태탕! 밥부터라는 명태 주신 분 간청도 있고(ㅋㅋ), 존경하는 선생님의 담배 염려도 황송한 판인데, 애저녁부터 엉덩이에 뿔 난 놈이라, 끓는 냄새에 대고 막걸리 한 잔, 이어서 담배 한 모금. 아내는 찬을 만들고 나는 막걸리를 마신다. 깊어라, 가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