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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암살의 추억

들이   2015-08   조회 1137  

 영화, ‘암살’(2015)은 단순명쾌하다. 주요인물들이 대거 등장함에도 그렇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최동훈 감독 특유의 장점이 여전하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에 맥락을 달리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플롯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술 말이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시대배경의 세심한 재현과 적절한 배치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암살의 진정한 배경은 시대라는 사실에 지나치게 천착한 나머지 등장인물의 성격이 평면적으로 흐른 감이 있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상황의 변화에도 시종여일하다. 낭만자객(상하이 피스톨)에게는 주어진 시공이 너무 협소하거나 종속적이어서 그의 감성을 맛볼 기회가 없다. 안옥윤의 극단적인 정체성 혼란에 이르러서는 장치로서의 감흥마저 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각자의 길을 가는 수려한(?) 인물들의 나열로 그친 것이다. 시대에 함몰된 시대극인 셈이다. 물론 인물들의 대사나 액션은 현대적이다. 그러나 시대라는 외투가 너무 무거워 (의도하지 않았을) 판타지로 바꾸어놓아야만 경쾌할 뿐이다. 차라리 시대를 팽개친 , , 이나 황산벌의 탈역사적 정황이 주는 쾌감이 나아 보인다.

 

시대를 재현하는 것은 답안지를 펴놓고 치는 시험과는 다른 것이다. 시대는 흘러갔으나 그 안에서 몸부림친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 시대를 완결하고 떠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과거를 인식의 틀에 가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총상을 입거나 명을 다해 죽은 이들의 기억은 삶의 한 순간, 삶들이 부딪쳐 일으키던 굉음의 현장에 멈춰 있는 것이다. 거기에 오늘 우리의 삶이 필연적으로 겹쳐진다. 그런 점에서 암살살인의 추억이 보여준 생뚱맞은 화면 째려보기와 궤를 같이 하는 추억의 낱장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시대극에는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수화와 그것의 통역에 이은 처단의 이미지는 영화 전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가슴 저림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금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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