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초목 무더기를 쌓고
나는 사진을 찍는다.
맨 밑에는 굵은 나뭇가지들을 두툼히 깔고, 그 위를 억새를 넉넉히 덮는다.( 다음 번에는 썩은 낙엽과 부엽토를 잔뜩 올려 놓은 다음 그 위를 향기로운 소똥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요즘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토양 유기물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축분퇴비 등 유기질 비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유기물과 유기질 비료는 좀 다르다. 그 성분과 효과, 기능 면에서 월등히 앞서지만, 본질적으로는 화학비료와 거의 같다.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해 방해될까봐 지금 얘기한다. 아내야, 본연의 유기물 공급의 정석을 우리는 오늘 시연한 것이다.
고백하자면,
그 때 이 말을 했다면, 아마도
"아, 그래? 그렇게 좋은 일 네가 다 해라!"
덤터기 쓸일 없어서 참았다.
아내여, 딱 내 키만큼만 쌓으면 된다. 분발해라.
얼마나 다행이냐, 그나마 내 키가 아담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