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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토종고추, 수비초

이그누   2017-12   조회 1281  

토종고추, 수비초


씨앗


農夫餓死枕厥種子. 농민은 굶어죽을지언정 이듬해 쓸 종자는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말이라는군요. 이제는 옛말입니다. 농민들은 배추, , , 양파 등등 대표적인 농작물 대부분의 씨앗을 매년 종자회사로부터 사서 씁니다. 요즘 농민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원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토종종자를 발굴, 보존, 전파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현실이 닥쳤을까요?

 

토종

 

자생식물과 달리 농작물은 전래된 예가 많습니다. 고추의 경우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포르투갈 사람이 유럽에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당시 포르투갈 상인이 가져왔고, 그 후 일본에도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이동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해진 종자들은 그 자체의 속성이나 특징에서 알려진 바 없습니다. 우리 고추의 대표 격인 <수비초> 역시 그 출처나 모태가 되는 품종은 알 길 없습니다. 그저 유입된 고추가 기존의 품종들과 여러 세대에 걸쳐 자연교잡 하면서 수비(경북 영양군)라는 지역의 강한 풍토성을 자신의 특성으로 발현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전래 작물도 마찬가지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토종>이라는 말을 은연중에 <순종>의 의미로 이해할 때가 많습니다. 적어도 농작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예를 들어 한 밭에 여러 품종의 옥수수를 함께 심으면 그 결실이 잡다합니다. 한 옥수수 열매에 여러 품종의 특성이 섞여 나타나는 것이죠. 강화의 특산물인 순무 역시 일반 무와 함께 재배한 후 그 종자를 받아 이듬 해 심게 되면, 옥수수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순혈주의적인 <순종>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죠. 다만, 특정 지역의 풍토에서 자연교잡 등을 통해 적응, 토착화에 성공하여 독특한 성격을 획득한 종자를 <토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특성의 유지는 그 품종에 대해 우세한 환경을 농민이 지속적으로 조성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고정종자 Vs. F1종자

 

<토종>은 다른 말로 <고정종자>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새로 씨를 들여와 심어서 재배를 하고 거기서 수확한 씨앗을 해를 거듭하며 심고 거두기를 반복할 때, 이전의 것과 비슷한 생장과 결실 그리고 고유한 특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고정종자>입니다. <토종>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면서 풍토성을 획득한 <고정종자>인 셈이죠.

 

이에 대립되는 개념이 <F1종자>입니다. F1first filial generation의 약칭인데, <잡종1세대>라고 풀이됩니다. 이 종자는 종자회사에서 육종된 것입니다. 상품화된 종자인데, 부모세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 실험실 잡종으로 일회용 씨앗입니다. 자가 채종을 하여 2세대를 재배할 때, 성장이 형편없고 번식능력도 극도로 퇴화된다는 의미에서 일회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개량종자가 보급되었습니다. 토종, 또는 고정종자가 현대적인 화학비료,농약 농법에 무력했기 때문이죠. 여기서 F1종자 출현의 불가피한 측면이 드러납니다. 독한 약물이 사람에게 그렇듯이 작물 또한 병해충 방제용으로 살포되는 농약에 취약합니다. 생산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토종의 입지를 약화시킨 것입니다. 농사기술 발전이 도리어 작물에 해가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육종이 활발해지고 급기야 종자가 농민의 품을 떠났다는 것은 농민에게 당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 나쁜 것은 종자회사가 특정 농약과 비료에 최적화된, 그래서 기형적인 종자를 우수하다고 호도한다는 것입니다.

 

자발성

 

사람이 재배하는 대부분의 농작물은 오랜 세월을 두고 개량되어 온 것입니다. 인위적인 개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밭에 가두어 기르는 순간부터 자연환경의 식물들과는 필연적으로 다른 길에 들어선 것이죠. 재배 자체가 개량의 시작입니다. 더구나 수확량의 증대를 위해 사람의 기술력이 가해진 작물들은 종속적인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자생력이 없고, 제한된 범위에서 대를 거듭할수록 퇴화합니다. 토종이나 고정종자(재래종)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극단적인 교잡으로 탄생하는 F1종자가 2세대부터 급격히 퇴화되는 현상이 이를 극단적으로 반증합니다.

 

그런데도 토종이나 고정종자가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뭘까요? 풍토성과 능동성 때문입니다. 아주 긴 세월 특정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해온 고정종자(재래종)에는 특유의 형질과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발생 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병해충에 어느 정도 견디면서 소출을 유지해내는 수평저항성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능동성은 말하자면 자발성 같은 것인데, 모든 생명에 내재하는 강력한 생존의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람의 사육과 재배를 통해 이러한 생명력의 원천이 확인된다는 게 씁쓸하지만, 그 힘 또한 자생력만큼이나 강력한 것이어서 농사의 방법론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수비초

 

1970~80년대까지 고추 고정종자는 충북 음성의 중공초, 앉은뱅이고추, 붕어초, 청룡고추가 있었고, 경북 영양에는 수비초, 대화초, 별초, 팽이초, 우멍초, 칼초, 칠성초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앉은뱅이고추, 수비초, 칠성초 등만이 명맥이 잇고 있을 뿐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부부는 고추농사에서 10여 년간 수비초를 재배해오고 있는데, 영양의 한 농가에서 모종으로 직접 받아온 것이 시발점입니다. 지난 해, 2015년도에는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영양고추시험장에서 복원하여 공식 분양한 수비초(영고4)와 칠성초(영고5)를 재배하였습니다. 영고4호와 현지농가분양의 수비초는 생장에서는 비슷하였으나 크기와 맛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영양군에서 소개하는 수비초의 특징에 따르면, 1960년 수비면 오기1리에서 재배되고 있던 고추 중 고추꼭지가 우산형이고 끝이 뾰족한 것으로 외관상 모양이 좋고 품질이 좋은 것을 채종하여 자가 선발 재배하던 것으로 그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되어 1965년부터 점차 확대 재배하였다고 합니다. 1975년에는 오기리가 주요 수비초 산지가 되었고, 1982년경부터 지방에서 수비초의 종자거래가 성행하였으며 농업기술자회의 전국 농산물품평회에 수비초를 출품하여 최우수상을 받음으로서 그 명성이 전국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수비초는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지역이 재배적지입니다. 이는 원 재배지인 영양군 수비지역의 풍토와 일치합니다. 해발고도가 450미터인 우리 부부의 밭이 알맞은 환경인 것으로 보아 준고랭지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발 700여 미터의 이웃 농민이 재배했을 때에도 좋은 생장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낮은 평야지대에 심었을 때에는 생장이 둔화되고, 수확도 많지 않았습니다.(객관적인 조건에 따라 시험한 결과가 아니므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환경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수비초는 생장형태도 일반적인 개량종과는 많이 다릅니다. 영양고추시험장의 자료에 따르면, 수비초는 개화의 시기가 빠르고 저온 착과성이 뛰어나며 열매의 길이가 길고 과탁이 컵형입니다. 약간 매우며 당도, 색택, 건과품질이 뛰어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부부의 재배결과와 일치합니다. , 곁순(측지)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많고 세력이 강한 편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 고추, 특히 F1종자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 재배방식의 차별화가 필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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