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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바우잡전

고사리 고개

들이   2015-04   조회 560  

 우리 덤바우는 봄을 맞아 첫 번째 고개를 넘고 있다. 익숙하지만, 닥칠 때마다 늘 새롭고 고단한 고개다. 예년보다 조금 빨라 그만큼 숨이 더 가쁘다

 

아내는 동도 트기 전에 뒷산으로 스며들었다. 전날 오후 부부동반으로 한바탕 뒷산을 헤매고 다닌 탓에 다리, 허리가 뻐근하다. 서늘한 공기에 웅크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피우는 담배가 어쩔 수 없이 더 맛있다.

 

- 끊을 수 없어?

- 농산물 값 두 배로 올렸으면 폭동이 일어났을 텐데 말이야.

- 자기, 바보야?

아마도 아내는 고개를 넘거나 산등성이를 가로타고 있겠다.

 

- 나야. 어디까지 갔어?

- , 많아?

- 대박이네. 대충 하고 와.

 

요맘때, 아내가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는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첫물 고사리가 진정한 고사리이기 때문이다. 한해에 오로지 한번 허락되는 참 고사리다. 맛과 향, 크기가 뒤이어 나올 것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나를 닮아 오지게도 때를 못 맞추는 날씨가 웬일로 제 때 비를 뿌려주어 고사리가 통통하다.

 

그러나 온 뒷산, 해발 천 미터에 달하는 눈가리(염속산)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다문다문 조금씩 무리지은 것들을 일일이 거두는 수고를 대가로 치러야 한다. 아내처럼 바지런한 사람 몇이 스쳐갔다면, 평균 여섯 시간의 발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먼 뒷산에서도 밭이 훤히 보이는지라 서둘러 통에 물과 유황, 자닮오일, 고사리 삶은 물, 은행 끓인 물을 철철 넘치게 담고 나서 분무기 줄을 당기고, 사리고, 펌프 시동 걸고...

 

그럴 것이다. 멀리서 보면 자두나무에 물 뿌리는 모습이 목가적으로 보일 것이다. 천만에. 이천여 평을 구석구석 돌며 줄 끌다가, 번쩍 손들어 뿌리다가, 걷다가, 사리다가, 꼬인 줄 풀기도 하다가... 이건 완전히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목줄 건 럭키 신세다. 물론 채찍 든 푸조는 내 아내일 것이고 ㅋㅋ

 

- , 좀 더 따면 팔아도 되겠네.

- 팔지 마! (아내의 고사리 첫물 산행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요지로 강력 주장.)

- 개똥같은 철학 좀 바꾸면 안 돼?

- 팔지 마! 우리가 다 먹자.

- 개똥은 거름도 잘 안 되는 거 몰라? 삶게 불이나 피워.

 

아내 말의 요지는 농산물이나 나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파는 건 결혼 같은 것이란다. 다른 건 몰라도 농산물 가격은 축의금 같은 거란다. 그래도 내 철학과 사상은 잘 바뀌지 않는다.

 

- 그래도! 좋은 건 우리가 다 먹자!

- ...

 

(에고, 불이나 싸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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