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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바우잡전

땜빵과 고라니

이그누   2016-03   조회 939  

아내는 [땜빵] 하고
나는 낱말공부를 한다.

육묘장에 아내와 함께 가서 재미 삼아 하는 일이었는데
그만 하면 안돼?에 날아온 차가운 대꾸, 안돼!에 막혀
기온은 한 여름, 습도는 장마철의 육묘장에서
나도 [땜빵]을 하자니
이 어마, 무지무지 한 고통을 감내하기 위하여
낱말에 관한 명상에 돌입한다.

땜빵에서 땜은 땜질의 땜이자, 때우다에서 비롯된 말이겠다. 빵의 근원은 뭘까? 빵구가 떠오른다. 영어 펑크의 몰지각한 일본식 발음이 빵구인데, 우리말로 차용되었다. 변또, 와리바시, 쇼당, 아다리 등등 우리 언어생활에 아직도 일본말의 잔재가 남아있다. 식민지 잔재라고 가혹하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빵을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펑크의 무뇌아적 발음 빵구가 일본인들의 어눌한 입술의 반영이라 할지라도, 빵구는 대단히 한국적인 언어 상상력이 발휘된 경우다. 알다시피 빵은 포르트칼어로 우리가 먹는 빵을 의미한다. 순수 외래어다. 빵은 대개 둥그렇다. 구는 한자로 구멍을 말한다. 그러므로 빵구는 동그란 구멍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평면적인 일본식 발음마저도 포용하는 포괄성도 갖는 빵이다.

밑도 끝도 없지만, 땜과 빵의 창의적 활용이 바로 땜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풍부한 언어적 삶이라 봐도 무방하다.

눈이 빠져라, 땀을 쏟아가며 해도, 해도
끝없은 땜빵.
다행히 시간은 내편이라 공상, 망상 몇 가지를 더 하는 사이
일과가 끝났다.

땜빵에 비하면
파이프 자르기는 일도 아니다.
덤바우 고라니들, 이제 꼼짝마라.
저 쇠로 밭이란 밭은 죄다 울타리를 칠 작정이다.
올해는 너희들에게 배추 한 잎 빼앗기나 봐라.
힘에 부치면
고라니에 대한 적개심을 저 불꽃처럼 불태워가며
자르고, 자르고
(육묘장 친구가 거들어 손 쉽게)
자르고 잘라, 하루를 마감했다.

아내야, 이건 알아둬라.
저걸로 울타리를 모두 치고 나면,
결국 우리를 가두는 것이나 진배 없으니
아내여, 산간벽지 깡촌까지와서도
담이나 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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