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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닭

들이   2015-05   조회 245  

 
 수탉은 울기 시작하면 반드시 네 번 이상 운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우렁차게 외친다. 새벽에만 울지 않고 하루 세 차례 이상 그렇게, 우렁차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반면 암탉은 구시렁댄다,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가 심하다. 수탉이 제 영토임을 선언하는 신성한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구시렁댄다. 심지어는 고추 잎 따먹는 걸 막아서며 쫓아도 몸은 달아나면서도 연신 투덜댄다. 가만히 들으면 꽤나 섬세한 의사표현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뭔 소린지는 모른다. 결론적으로 닭장이 시끄러운 것은 암탉들의 끝없는 주절거림 때문이다.

 

(이런 말을 은근한 비유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의 동물이나 식물, 사물에 대한 무분별한 의인화는 대개 무지에서 유래한다.)

 

그런 닭들을 풀어 놓았더니 고추 심으려고 갈아놓은 고추밭에 구덩이를 판다. 벌렁벌렁 누워가며 흙으로 목욕을 한다. 체온도 식힐 겸 털 속에 신선한 미생물도 넣어보자는 심산이겠다. 아무렴, 더럽다면 도시의 흙이 그럴 뿐이다. 그런 모습을 오도카니 앉아 부러운 눈으로 아내가 바라본다.

 

봄이 도둑처럼 온다는 말은 옛말이다. 피난민처럼 여름에 쫓겨난다는 말이 꼭 맞다. 요즘 봄은 저들끼리 손 맞잡고 나란히 제 향기를 즐길 새가 없다. 여름의 달군 부젓가락 같은 첨병이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들쑤시고 다닌다. 덕분에 농사꾼만 똥줄이 타고, 허리가 휘고,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재주가 모자라서인지 그저 날씨 탓이다.

 

군대에서 새벽 점호 때마다 하던 구령조정 삼회 실시가 문득 생각난다. 필시 수탉의 올곧은 기상을 물려받자는 취지에서 흉내 낸 것이겠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몸속의 신진대사가 왕성해지고, 정체모를 자신감이 정수리에서 파르르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부터는 수탉이 울 때마다 따라 소리 질러야겠다. 뭐라고 외쳐야 하나? ‘빌어먹을 닭대가리야, 잠 좀 자자~’ 이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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